일본의 쌀값 폭등과 쌀 품귀 현상을 일컫는 ‘레이와(令和) 쌀 소동’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이례적으로 두차례에 걸쳐 비축미 21만t을 방출했지만 약발이 잘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농림수산성이 3월31일∼4월6일 전국 1000곳의 슈퍼마켓에서 판매된 쌀값을 조사한 결과, 5㎏ 기준 평균 4214엔(약 4만2140원)으로 집계돼 14주 연속 상승했다고 한다. 2024년 6월 전국 슈퍼마켓 평균 가격인 2000∼2200엔과 비교할 때 상승폭이 100%를 넘나들 정도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원인을 놓고 2023년 폭염(가뭄)으로 인한 흉작 영향, 엔저 현상으로 외국인 관광객 급증에 따른 소비 증가, 투기 세력의 매점매석, 생산·소비량 통계 오류 등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그렇지만 병증을 정확히 짚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나마 46년 동안 추진해온 감반정책(減反政策·벼 재배면적 조정)과 2018년 폐지 이후에도 계속된 벼를 다른 작물로 전환시키는 보조금 정책, 농가 고령화로 인한 쌀 생산능력 저하 등의 설명이 공감을 얻고 있다. 급기야 3월30일에는 농민·시민 4500여명이 도쿄 도심에서 트랙터 33대를 동원해 “식량자급률을 올리자” “감산을 멈추고 쌀을 증산하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농정개혁을 촉구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이날 전국 14개 도도부현에서도 유사한 집회가 열렸다는 게 일본농업신문의 보도다.
공교롭게도 우리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전체 벼 재배면적의 11.5%에 달하는 8만㏊를 줄이겠다며 칼을 뽑아 들었다. 전략작물 직접지불제,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 등의 방식으로 ‘생산량 줄이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안정적 쌀값 유지를 통한 벼농가 소득보장을 위해서는 생산을 조절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 일본 정책과 상당 부분 닮아 있다. 더구나 규모화 지체, 후계농 양성 미흡, 고령화 등 쌀산업이 처한 상황도 판박이다.
이번 ‘레이와 쌀 소동’은 결국 일본 정부가 2027년 이후 쌀 정책 전면 개편작업에 나서도록 하는 발단이 됐다. 이전과 달리 쌀 증산과 수출확대 등으로 정책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쌀산업 구조는 일본과 유사한 면이 많다. 그런 만큼 우리도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일련의 일본 상황을 면밀히 파악·분석하고 촘촘한 쌀산업 대책을 마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출처 : 농민신문 >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