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교섭 카드로 ‘쌀 수입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대미 협상을 본격화한 가운데 쌀을 비롯해 농산물 개방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과 미국은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1차 관세협상을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일본의 자동차 안전기준과 쌀 수입 등에 불만을 제기하고 농산물 수입 확대를 요구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일본이 2차 협상에서 쌀 수입 확대 내용이 담긴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의무수입물량 77만t 중 미국산을 늘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같은 협상 전략에 대해 일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에토 다쿠 일 농림수산상은 22일 각의(국무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산 쌀 수입 확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일본농업신문은 전했다. 다쿠 농림수산상은 “미국 요구대로 양보하면 생산 기반과 식량안보 확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쌀 수입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압박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미 양국은 24일 재무·통상 장관이 참여하는 ‘2+2 통상 협의’를 시작으로 관세 협상에 돌입했다. 농업 분야에선 ‘쇠고기 연령 제한’ ‘쌀 관세’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검역 요건’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사안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매년 발행하는 ‘국별무역장벽보고서(NTE)’에 수년째 등장한 대표적 비관세 장벽으로 꼽힌다.
특히 쌀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농업계는 긴장하는 표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앞서 2일 각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한국을 콕 집어 “수입쌀에 50%~513% (관세를) 부과한다”며 불편함을 드러낸 바 있다.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관세를 낮추면 미국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국·호주·태국 등에 이익이 돌아간다”며 “미국은 관세 인하보다는 저율관세할당(TRQ) 확대를 원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 원장은 또 “직접적인 쌀 수입 확대보다는 쌀을 지렛대 삼아 타 농산물 또는 비농업분야 압박에 나설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관계부처는 통상 의제는 정해진 바 없고 국익을 우선으로 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통상 협의’(Consutation)는 편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로 통상 협상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도 “정해진 바는 아무 것도 없다"면서 우선 미국측 관심 사항을 듣고 그에 따라 다음 단계를 논의하겠다”고 했다.
한편, 한·미 ‘2+2 통상 협의’는 24일 오전 8시(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다. 이번 협의는 미국 측 제안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우리 측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나선다. 협의 이후엔 안 장관과 그리어 USTR 대표가 개별 협의도 진행한다.
지유리 기자 yuriji@nongmin.com
<출처 : 농민신문 >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