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성공 축산으로 이끄는 경영 전문지 ‘월간축산’ 4월호 기사입니다.
냄새 민원이 가장 많은 축종은 바로 돼지다. 이로 인해 심적·경제적 부담이 커 농장 문을 닫는 농가도 있을 정도다. <도곡농장> 나종규 대표 역시 매일 반복되는 냄새 민원으로 3년간 고통 받았다. 그러다 톱밥발효돈사로 리모델링하고 바이오 커튼을 접목한 뒤 민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강원 횡성에서 1200여 마리 규모의 위탁 비육장을 운영하는 나 대표를 만나봤다.
강원 횡성 <도곡농장> 나종규 대표는 양돈계열회사에서 15년간 근무하다 2017년 지금의 농장을 인수했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면서 직접 돼지를 키우기로 했습니다. 마땅한 양돈장을 찾던 중 매물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구입했어요. 당시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그 얘기를 믿은 것이 문제였죠.”
외지인이 들어와 돼지를 키운다는 소식이 마을에 전해지자마자 농장 주변에 현수막이 수십 개 달렸다. 그러다 보니 돼지를 제대로 키울 수 없었다. 돼지가 일부 들어오자마자 마을 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꾸려 입식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냄새 민원으로 횡성군 환경과에서 3일에 한 번꼴로 농장을 찾아왔습니다. 마을 주민들 역시 농장 앞에 컨테이너를 가져다 놓고 폐업 촉구 시위를 했어요.”
3년간 고발·소송에 시달려
농장 구입 후 3년 가까이 행정 고발과 소송이 이어졌다. 수입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돈이 계속 들어가다 보니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견디기 어려웠다. 결국 1200만 원이 넘는 벌금과 과태료를 물고 1억 8000만 원의 비용을 들여 농장을 리모델링했다. <도곡농장>의 가장 큰 문제는 돈사 형태였다. 윈치 커튼을 여닫는 개방식 돈사에 바닥도 슬러리피트(분뇨저장소) 구조다 보니 냄새가 주위로 퍼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 대표는 돈사 형태를 개방형에서 무창으로 변경하고 바닥도 슬러리피트 대신 톱밥발효시스템으로 고쳤다. 지붕을 제외하고 거의 다 바꾸다 보니 리모델링에만 거의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시설 투자에 시간을 많이 허비한 나 대표는 2019년 11월에야 돼지를 다시 입식할 수 있었다.
“돈사 바닥에 톱밥을 20~25㎝ 두께로 깔고 그 위에 생균제나 퇴비부숙제를 추가로 뿌려줍니다. 예전에는 분뇨가 슬러리피트 아래로 떨어지면 그 안에서 분뇨가 썩으면서 냄새가 났어요. 그런데 지금은 분뇨가 톱밥 속 미생물과 섞이면서 완전 발효가 이뤄지기 때문에 냄새가 줄었습니다. 게다가 돼지 본연의 땅을 파는 습성인 굴토성 등 본능적인 행동도 가능해져 동물복지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죠.”
<도곡농장>은 생후 70일 정도 된 돼지를 입식 후 출하할 때까지 톱밥을 3회 교체해 주고 돼지 사료에도 생균제를 섞어 먹인다. 돼지에게 생균제를 꾸준히 먹이면 장내 유익균들이 많아져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으며 사료의 소화흡수율이 좋아지고 분변의 냄새와 양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돈사 리모델링 후 냄새 민원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그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주위에 소 키우는 농장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냄새 민원이 들어오면 군에서 우리 농장부터 찾아왔어요. 냄새 저감을 위해 애를 많이 쓰는데도 무조건 우리 농장이 문제라고 지적하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안개분무장치 등 도입해 냄새 저감
그러던 중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과 횡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 ‘바이오 커튼 활용 돈사냄새저감 종합기술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하게 됐다. 시범 농가로 선정된 <도곡농장>은 2020년 돈사 배기구 쪽에 바이오 커튼과 안개분무장치, 오존수시스템을 추가로 도입했다. 돈사 내부에 생균제를 주기적으로 뿌려주고 돼지에게도 지속적으로 먹였다.
이후 <도곡농장>은 냄새 민원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실제 군이 24시간 무인측정기로 농장 정문과 돈사 등의 냄새를 한 달간 측정한 결과 2019년 3월 고발 당시에는 악취 기준치 15ppb(농도 단위·1ppm의 1000분의 1)를 훌쩍 넘긴 41ppb에 달했으나 2020년 6월에는 평균 3ppb에 불과했다. 냄새의 원인 물질인 암모니아와 황화수소 발생량도 현저히 줄었다. 암모니아는 15.2ppm에서 0.9ppm으로 줄었고, 황화수소는 0.58 ppm에서 제로(0)로 발생이 없는 것으로 측정됐다.
바이오 커튼은 돈사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냄새 물질이 바람을 타고 밖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차폐막이다. 바이오 커튼을 통해 돈사 배기팬에서 나오는 냄새 물질과 분진을 가둬 두고 안개분무장치로 오존수를 주기적으로 분사해 정화된 공기를 커튼 밖으로 배출하는 방식이다.
특히 강력한 산화력이 있는 오존수는 돈사에서 나오는 분진을 바닥에 가라앉히고 냄새 물질을 분해해 주는 역할을 한다. 축산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돈사에 바이오 커튼을 설치한 뒤 오존수를 뿌리면 암모니아 농도는 90%, 황화수소는 100%, 분진은 92% 감소한다.
바이오 커튼은 무창돈사의 측벽 배기팬 크기에 따라 설치 간격이 달라진다. 너무 가까이 설치할 경우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측벽으로부터 최소 1.5m 이상 떨어뜨려 설치해야 한다. 또 차광률 250% 이상의 바이오 커튼을 한 겹보단 두 겹으로 설치하는 것이 내부에서의 화학적 반응으로 먼지와 냄새 저감 효과가 더 좋다.
주기적인 세척도 필요하다. 커튼 내부에 먼지와 냄새 물질이 많이 달라붙어 있으면 효과도 떨어지지만 돈사 환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겨울철에는 안개분무장치의 노즐이 동파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나 대표의 경우 이를 예방하기 위해 겨울철엔 열선을 사용하고 타이머를 조정해 오존수 분사 횟수를 늘려주고 있다.
나무 심고 차광막 두르고…농가 노력 중요
“한 가지 방법만으로 냄새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사람 코가 적응해 다시 냄새가 난다고 느끼기 때문이죠. 농가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할 수밖에 없어요.”
나 대표는 양돈장 내부의 먼지나 냄새 등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돈사 주위에 나무를 심고 울타리와 차광막도 겹겹이 둘렀다. ‘올인 올아웃(All-in All-out)’도 하고 있다. 그래야 돈사 내부 청소를 꼼꼼히 할 수 있어서다. <도곡농장>은 돼지를 출하하고 나면 가장 먼저 바닥에 쌓인 톱밥과 분뇨를 모두 퇴비사로 치운다. 이후 물청소·건조·소독 과정을 거친다. 그러다 보니 돼지 출하 후 다시 입식할 때까지 최소 2주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소독이 끝나면 다시 톱밥을 깔아준 뒤 생균제와 퇴비부숙제를 함께 뿌려준다. 이렇게 뿌려 놓으면 돈사 내부에서 분뇨 부숙이 어느 정도 이뤄지기 때문에 퇴비사에서도 냄새가 크게 나지 않는다.
“돼지를 출하할 때마다 농장 내부를 완전히 치우고 돼지를 입식하기에 돼지에서 발생하는 소모성 질병 등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돼지 질병이 줄고 건강해지니 자연스레 육성률과 사료요구율이 좋아지고 1등급 이상 출현율도 높아졌죠.”
냄새 민원이 사라지고 가장 좋은 점은 나 대표가 받는 스트레스가 줄었다는 점이다.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줄어든 덕에 돼지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 환경 개선에도 더 신경을 쓸 수 있게 돼 농장의 전반적인 생산성이 좋아지는 등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게다가 지금은 마을에서도 나 대표가 냄새 저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 주민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 주민 투표에서 마을 이장으로 뽑혀 지난해부터 활동하고 있을 정도다.
나 대표는 “아무리 좋은 시설을 도입해도 꾸준한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없다”며 “냄새를 줄이려면 농장에 적합한 시설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경 개선에 대한 농가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장영내
<출처 : 농민신문 >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