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기준 미국 맨해튼 마트에선 달걀을 1인당 한팩만 구매할 수 있다. 겨울철 불청객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하면서 달걀값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달걀 못지않게 회자되는 것은 멕시코산 아보카도다. 오락가락하는 멕시코와의 관세정책으로 아보카도는 유통매장에서 사재기와 파격 세일이 반복된다.
코로나19 이후 물가가 크게 오른 데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도 크게 달라졌다. 가성비가 최고 소비기준이 됐고, 주말이면 각종 포인트 적립과 멤버십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유통매장 2∼3곳을 찾아 쇼핑하는 알뜰소비족도 흔하다.
이런 가운데 2월27∼28일(현지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선 미 농무부(USDA)가 주최하는 제101회 농업전망 포럼(Agriculture Outlook 2025)이 열렸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값 급등,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광범위한 피해, 농업 생산비 상승, 물류망의 불확실성 등 오늘날 미국이 당면하는 농업현실이 주제였다.
미국은 농식품 수출만큼 수입도 많은 나라다. 글로벌 트레이드 아틀라스(GT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대두·옥수수·쇠고기·돼지고기 등 1895억달러를 수출하고 베이커리·신선채소·과일 등 2368억달러를 수입했다.
미국 농산물 수출의 절반 이상은 멕시코·캐나다·중국 등 3개국에 편중돼 있다. 따라서 올해 미 농업전망 포럼에서는 농업부문의 수출시장 다변화 정책이 큰 이슈였다. 거대 인구와 빠른 경제 성장으로 주목받는 인도를 비롯해 나이지리아·베트남·필리핀·이집트 등이 유망시장으로 거론됐다.
우리나라와의 무역 관계도 언급됐다. 한국의 농산물시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미국산 농산물의 안정적인 수출시장으로 자리 잡았음이 포럼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한국은 미국산 대두와 사료용 대두박의 주요 수출 대상국이자 체리를 비롯한 신선과일의 중요한 수출시장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은 한국에 쇠고기·옥수수·돼지고기·밀·대두 등 61억3000만달러를 수출했다. 그러나 수입은 이보다 훨씬 적은 20억7000만달러에 그쳤다. 한국은 2024년 기준 미국의 33번째 농식품 수입 대상국이다.
그런데 미국은 한국 농식품의 1위 수출 대상국이다. 올들어 2월말 기준 미국 대상 농수산물 수출액은 3억6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1% 증가했다. “미국에는 9만2000곳에 달하는 크고 작은 슈퍼마켓이 있어요. 요즘 맛있고 인기 있는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를 구해달라고 여기저기서 난리예요.” 뉴저지에서 제법 탄탄한 물류업체를 운영 중인 수입바이어가 전하는 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시장 개방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전세계의 걱정거리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잘하고 잘해낼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농식품 수출에 대한 의욕을 다지고 수출지원 사업도 다시금 재정비해나가야 할 때다.
윤미정 aT 미주지역 본부장
<출처 : 농민신문 >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