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는 종 번식을 위한 방어수단을 갖고 있다. 과실수도 마찬가지다. 대개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독성 물질을 씨 속에 품고 있는데 씨와 과육이 분리되지 않은 미성숙 단계에서는 과육에 이 독성 물질이 함유될 수 있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완전히 익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은 것이다.
말이 나왔으니 덧붙이자면, 명확한 데이터도 없이 무분별하게 매실의 독성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이 말로써 끝나는 시대가 아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의 몫이고 요 몇 년 새 그 피해는 엄청난 규모로 현실화되고 있다. 해마다 5월 말에서 6월이 되면 김장하듯이 가정에서 매실청과 매실주를 담근다. 매실 농가에서는 이를 매실 김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일부 인사들이 언론에 나와 매실이 위험하다고 반복적으로 떠들어대니 사람들이 그동안 독성 물질 먹은 줄 알고 깜짝 놀라는 것 아닌가.
인간이 매실을 먹어 온 게 수 세기다. 그 사이 매실의 특정 물질 즉, 아미그달린이라는 성분이 문제였다면 그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이 먹고 있다는 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매실을 음식으로 먹는 것에 있어서는 일본이 우리보다 한 세기 정도는 앞서 있는 데 거기서 매실의 독성으로 인해 질병을 앓았거나 사망했다는 자료를 본 적이 없다. 해마다 종편 등에 나와서 매실의 위험을 말하는 사람들은 어떤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매실이나 자두, 살구 등의 씨앗 속 특정 성분이 큰 위험이 아니라는 것은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설명되고 있으니 여기서 더 보탤 건 없어 보인다. 다만 위험을 과장하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농민의 피해가 크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 농정당국은 지금이라도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명확한 근거자료도 없이 단순 사실만을 침소봉대해 농민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 또한 멈춰야 한다.
나무에서 제대로 익힌 과일은 씨와 과육이 분리돼 독성 문제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니 맛과 안전에 관한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려면 나무에서 잘 익혀 수확하는 게 좋다. 나무에 오래 두고 익히다 보면 낙과율도 상당한데 이를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적게 팔더라도 제대로 된 상품을 제값 받고 팔겠다는 농부의 자존심이야말로 어쩌면 위기감이 커가는 농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후숙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종류에 따라, 또 유통 거리 등의 다양한 이유로 후숙해야 하는 과일이 있다는 걸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