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전문가 칼럼

농업기술

과학적 근거로 말하라 반승환

  • 작성일202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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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마이스터(2017년) 반승환(전남 순천시 반가운 농부네)

반승환 매실 농업마이스터 칼럼과학적 근거로 말하라

올해 매실 농사 수확량은 형편없다. 냉해에다가 씨살이좀벌이라는 충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한 해도 작년과 똑같은 경우가 없다. 냉해가 오거나 우박이 쏟아지거나 병충해가 돌거나 시장에서 누가 이상한 소리를 해서 가격이 폭락한다. 농사라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농사를 짓고 있다.

※ 순천의 농부 반승환 농업마이스터는 2012년 매실 농사를 시작했다. 현재 6,000평 규모의 농장에서 매실 5,000평, 플럼코트 1,000평가량을 재배하고 있다.
수확한 매실 사진
그럼에도 나는 농사를 짓고 싶은 이유

농사를 시작한 지는 10여 년쯤 된다. 퇴직 후 뭘 할까 고민할 때 마침 지인이 농장을 떠맡겨 그때부터 쭉 하고 있다. 직장 생활하면서도 작은 규모나마 농사를 지어왔다. 그 경력만 15년쯤 되니 농장을 시작할 때도 생초 보는 아니었다.

직장생활이라는 게 성공 여부와는 관계없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상당히 고달프다. 그런데 농사는 잔머리 안 쓰고 몸을 움직이기만 하면 되니 할 만하다. 나이 들면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일하면서 햇볕 받는 게 어울려 다니며 술 마시고 산에 오르고 골프나 치는 것보다는 훨씬 값진 삶이라는 생각이 농부로서 인생 후반기를 시작하는데 한몫했고 지금도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계속하는 동력이다.

수확한 매실을 포장하여 출하를 준비하는 사진
나뭇가지에 매달린 매실사진
근거 없는 독성논란에 농가 피해 심각

시장 가격이 좋을 때가 아니라 과수의 성분이 완전히 조성됐을 때 수확한다는 게 나의 농사 철학이다. 과일은 나무에서 완전히 익혀야 한다. 제대로 익히면 품질은 기본이고 최근 매실 농가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는 과장된 독성논란에도 대응할 수 있다.

생명체는 종 번식을 위한 방어수단을 갖고 있다. 과실수도 마찬가지다. 대개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독성 물질을 씨 속에 품고 있는데 씨와 과육이 분리되지 않은 미성숙 단계에서는 과육에 이 독성 물질이 함유될 수 있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완전히 익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은 것이다.

말이 나왔으니 덧붙이자면, 명확한 데이터도 없이 무분별하게 매실의 독성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이 말로써 끝나는 시대가 아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의 몫이고 요 몇 년 새 그 피해는 엄청난 규모로 현실화되고 있다. 해마다 5월 말에서 6월이 되면 김장하듯이 가정에서 매실청과 매실주를 담근다. 매실 농가에서는 이를 매실 김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일부 인사들이 언론에 나와 매실이 위험하다고 반복적으로 떠들어대니 사람들이 그동안 독성 물질 먹은 줄 알고 깜짝 놀라는 것 아닌가.

매실 농장, 수확하는 사진

인간이 매실을 먹어 온 게 수 세기다. 그 사이 매실의 특정 물질 즉, 아미그달린이라는 성분이 문제였다면 그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이 먹고 있다는 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매실을 음식으로 먹는 것에 있어서는 일본이 우리보다 한 세기 정도는 앞서 있는 데 거기서 매실의 독성으로 인해 질병을 앓았거나 사망했다는 자료를 본 적이 없다. 해마다 종편 등에 나와서 매실의 위험을 말하는 사람들은 어떤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매실이나 자두, 살구 등의 씨앗 속 특정 성분이 큰 위험이 아니라는 것은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설명되고 있으니 여기서 더 보탤 건 없어 보인다. 다만 위험을 과장하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농민의 피해가 크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 농정당국은 지금이라도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명확한 근거자료도 없이 단순 사실만을 침소봉대해 농민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 또한 멈춰야 한다.

출하 준비하는 매실, 포장 사진

나무에서 제대로 익힌 과일은 씨와 과육이 분리돼 독성 문제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니 맛과 안전에 관한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려면 나무에서 잘 익혀 수확하는 게 좋다. 나무에 오래 두고 익히다 보면 낙과율도 상당한데 이를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적게 팔더라도 제대로 된 상품을 제값 받고 팔겠다는 농부의 자존심이야말로 어쩌면 위기감이 커가는 농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후숙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종류에 따라, 또 유통 거리 등의 다양한 이유로 후숙해야 하는 과일이 있다는 걸 잘 안다.

매실 사진
농약에 대한 나쁜 선입견은 금물

독성논란이 하도 심각한 현장 문제다 보니 중언부언 말이 길었다. 끝으로 후배 농부들이나 소비자에게 한마디 더 하자면 유기농에 대한 환상도 농약에 대한 지나친 선입견도 농사에서는 금물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에게 이른 최종 생산물이 식품으로서 안전한 상태냐, 그렇지 않은 상태냐다.

나는 처음 유기농으로 시작해 GAP농으로 넘어온 경우다. 요즘 매실 농사는 약 안치고는 안 된다. 앞서 언급한 씨살이좀벌 때문에 그렇다. 이놈은 씨가 생기기 전 과육만 있는 상태의 매실 안에 알을 낳고 씨가 생성되면 그 안의 인을 먹고 자라다가 수확 시점이 되면 과실을 떨군다. 2013년에서 15년 사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이게 지역 농가 전역으로 확산했다. 약을 쳤는데도 그 피해를 막지 못했다. 워낙 광범위하게 확산했고 그 발생 주기도 일교차가 커 길었기 때문이다.

매실 농장 사진
개인적으로

요새 환경이슈로 떠오른 수정 벌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씨살이좀벌 약의 약성을 변화시켰거나 공동 방제에 실패했거나 가격하락에 매실 농사를 포기한 농가가 약을 안 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근거 있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원인파악이 필요하기에 문제 제기해 보는 것이다. 어쨌든 농약이라는 게 농사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 농약을 하고 안 하고가 아니고 작물에 허가된 농약을 허용 기간과 범위 안에서 적절하게 썼는지, 그리고 소비자에게 닿은 최종 생산물이 안전한 상태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현장전문가 대상자 사진 반 승 환(bancome@naver.com)
전문분야소개
  • 품목 : 매실
  • 반가운 농부네 대표
  • 주소 : 전남 순천시

나는 생산자든 소비자든, 별도의 특정한 이해관계자든 검증 가능한 데이터를 가지고 어떤 사안을 판단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독성 문제가 됐든 농약 문제가 됐든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 이로 인한 소모와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우리는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의 자체기술로 로켓을 쏘아 올리는 시대 아닌가. 농사도 과학이다.

글(취재/편집) : 완두콩 미디어공동체 완두콩협동조합 안충환 작가
반승환 반승환
전문분야소개
  • 매실
주요활동, 특기사항
  • 농업마이스터(2017년 농림축산식품부 과수분야)
  • [장흥농업기술센터] 귀농인 10계명 강의
  • [순천대학평생교육원] 매실농사기초 강의
  • [수원농업기술센터] 매실농사 A-Z까지 강의
  • 명품매실 만들기 “전지,전정”요령
  • 과수(매실)기본 강의(A-Z)(토양, 물, 비료, 햇빛의 조화)
  • 남고흥매실 품종갱신 요령
매실 과학 근거

본 게시글은 현장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농촌진흥청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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