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전문가 칼럼

농업기술

밥맛이 좋은 쌀 비결은 따로 있다. 최남훈

  • 작성일2021-12-02
  • 조회1,664


밥맛이 좋은 쌀 비결은 따로 있다.

밥맛이 좋은 쌀

최남훈 농업 마이스터 사진 ※ 최남훈 씨는 전북 김제에서 6ha 면적의 벼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한국농업마이스터 1호이며 전국 최초의 수도작 마이스터 지정자이기도 하다.

밥맛이 좋은 쌀 이야기

오늘날 우리의 벼농사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으며 벼농사에 관한 정보 역시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다. 더 이상 보탤 게 없을 정도다. 해서 나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밥맛이 좋은 쌀’에 관한 이야기다. 쌀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소비자, 생산 농민 또는 농업 관계자들과 대화 중 ‘어떤 쌀이 밥맛이 좋다고 생각하세요?’하고 물으면 거의 대답이 불분명하다. 결국 전국 어디에서나 쌀에 관한 홍보나 광고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물이 좋고 기후가 좋고 토양이 좋아서 밥맛이 좋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조금 요령이 있는 소비자들은 가격보다는 품종을 확인한다.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요소를 주목해야 한다. 각기 다른 여러 쌀 품종 중 어떤 부분이 밥맛을 결정하는지를…….

멥쌀찹쌀 멥쌀 찹쌀

아밀로펙틴(찰성)과 이밀로오스(메성)

우리가 주식으로 삼고 있는 쌀의 성분은 크게 나누어보면 아밀로펙틴과 아밀로오스로 구성된다. 찹쌀의 경우 아밀로펙틴이 대부분이며 멥쌀은 대개 18~20% 내외의 아밀로오스에 나머지가 아밀로펙틴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밥맛을 결정하는 것은 쌀 속의 아밀로오스 함량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단백질 함량과 건조, 저장 등 수확 후 관리를 덧붙이면 밥맛이 좋은 쌀에 대한 핵심적인 이야기는 얼추 마무리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식용 밥쌀 중 저아밀로오스 계열을 제외한 거의 모든 품종의 아밀로오스 함량은 18%대이고 밥맛이 아주 좋다고 하는 품종이 17%대 후반인 것으로 알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생산되고 찰기가 없으며 우리가 흔히 안남미라 말하는 쌀의 아밀로오스 함량은 23% 이상이며 쌀국수 등 가공용 쌀은 27~28% 정도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아밀로오스의 함량이 낮아질수록 아밀로펙틴의 함량 즉 찰성은 높아져 그만큼 밥의 찰기가 더 있다는 의미인데 현재 시중에서 소비자들에 인기가 있는 쌀을 검색해보면 저아밀로오스 쌀의 소비량이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인 것을 알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생활수준이 높아져 건강식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시작된 현미식은 멥쌀 현미만으로는 식감이 부드럽지가 않아서 찹쌀을 섞어서 현미밥을 지었다. 여기에서 착안하여 육성된 것이 찹쌀을 섞지 않고도 식감이 부드럽고 밥맛이 좋은 품종이 바로 아밀로오스 함량이 9~11%대인 저아밀로오스(반찰성-현미밥쌀용)쌀이다. 만약 현미식용으로 육성된 저아밀로오스 쌀을 백미로 먹게 되면 얼마나 밥맛이 좋을까? 한 번쯤 시식해 보시기를…….

현재 우리나라 반찰벼 재배면적은 2016년 1,261ha에서 2020년 1만1,365ha로 매년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이다. 소비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는 것이다.

물 떼기로 논바닥이 갈라져 있다. 물 떼기로 논바닥이 갈라져 있다.

단백질 함량이 낮은 쌀

밥맛에 영향을 미치는 두 번째 요소는 단백질 함량이라 할 수 있다. 쌀의 단백질 함량이 높으면 밥의 점성과 탄성, 구수한 맛이 떨어지며 시간이 지날수록 누렇게 변색 되고 굳어지는 정도가 심해져 밥맛이 푸석푸석해진다. 우리 쌀의 평균함량은 6.3~8.2%인데 6.5% 이하부터 최고 등급 쌀인 탑라이스가 될 수 있다.

쌀의 단백질 함량은 주로 질소비료와 관련 있으며 많이 주면 수량은 늘어나지만 대신 단백질 함량도 높아지는 것이다. 질소사용량이 많으면 벼가 웃자라고 연약해지며 심복백미와 불완전미가 증가해 쌀의 외관 및 품질을 떨어트릴 수 있다. 병해충 피해율도 높아진다. 질소성분은 병해충의 단백질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간물 떼기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이삭거름을 주기 전 도복방지 및 생식 생장으로의 유도 과정이 중간물 떼기이기 때문이다. 쌀의 아밀로오스 함량은 품종의 특성으로 우리가 어찌할 수 없지만 단백질 함량은 질소 시비량조절을 통해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한 영역이다.

논을 둘러보고 나오는 최남훈 마이스터 논을 둘러보고 나오는 최남훈 마이스터

수확후관리(작업조건, 건조, 저장, 보관)

끝으로 수확 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콤바인 정격속도에 의한 수확 작업, 건조 시 온도조건 및 보관저장에 따라서도 밥맛에 영향이 있으므로 특히나 직거래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참고하여야 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고품질 쌀의 정의는 이렇다. ‘쌀알이 맑고 균일하며 밥맛이 좋아야 한다. 영양가와 도정율이 높고 식품으로 안전한 쌀이어야 한다.’ 그러나 저아밀로오스 쌀의 경우 수분이 15%대로 낮아지면 불투명해지기 때문에 밥맛이 좋은 쌀에 대한 기준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쌀 소비량은 해마다 줄어가고 있다. 전체 소비량이야 인구감소에 따른 현상이라고 해도 1인당 쌀 소비량의 감소는 심각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식생활의 변화 탓으로 돌리면 문제를 풀 수 없다. 밥맛이 좋은 쌀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쌀 소비자와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우리 쌀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논에서 벼를 살펴보고 있는 최남훈 마이스터 논에서 벼를 살펴보고 있는 최남훈 마이스터
밥맛이 좋은 쌀 이야기

글(취재/편집) : 완두콩 미디어공동체 완두콩협동조합 안충환 작가

현장전문가 : 최남훈 (e-mail: bestchoi59@hanmail.net)

최남훈 최남훈
전문분야소개
  • 수도작
주요활동, 특기사항
  • 농업마이스터(2013년 농림축산식품부 수도작분야)
  • [전북대학교 농과대학] 수도작 강의 및 현장강사
  • [전북 농업마이스터대학] 실전수도작 강의 및 현장강사
  • [한국 농업아카데미] 쌀농사의 이해와 귀농생활
  • [전남 곡성농협] 찰벼 재배관리요령

본 게시글은 현장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농촌진흥청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전체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