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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기술

수세가 안정되면 좋은사과가 열린다 최봉기

  • 작성일202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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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가 안정되면 좋은사과가 열린다

체계적인 재배관리로 고품질 사과 생산

내 농사의 핵심은 체계적인 재배관리와 수세 안정화 딱 두 가지로 압축된다. 품질관리를 위해 나무마다 고유번호를 붙여 놨다. 나무별 이력관리를 위해서다. 쑥 지나가다 몇 번 나무에 문제가 생겼다 하면 핸드폰으로 그 번호를 찍어서 컴퓨터에 입력해 놓는다. 이렇게 나무 번호별로 이력관리를 함으로써 몇 번 나무가 몇 년도에 무슨 병에 걸렸는지, 수확은 어땠는지 특이사항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이력관리는 고품질 사과 생산에 큰 기여가 되고 있다.

최봉기 마이스터 사진 ※ 최봉기 씨는 장수 팔공산 아래에서 두 개 단지 총 6000평 규모의 사과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1단지 는 올해로 15년 차가 됐고 2단지는 5년 차다. 여기서 자홍 1800그루와 후지 200그루를 키우고 있다.

또한 농사 초기부터 방제나 시비 등 중요한 10여 가지 항목을 데이터화해 관리하고 있다. 데이터는 연도별, 시기별로 비교 분석한 자료가 갈수록 쌓여간다. 이 자료만 보면 어느 해, 어떤 시기에, 무슨 약을 쳤고 상태가 어땠는지를 한 눈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앞으로의 계획 입안에 필요한 중요한 판단자료를 얻을 수가 있다.

좋은 사과를 얻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노하우가 필요하다. 나는 그중 수세 안정화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5년 전부터 지역에 있는 귀농 귀촌 초보 사과농 위주로 사과작목반을 만들어 최고의 사과재배 기술자 양성을 목적으로 봉사컨설팅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항상 강조하는 것이 수세 안정화다.

관련 이미지 나무에 고유번호를 부여해 관리 중이다.

나무의 수세가 안정되면 좋은 사과가 나오지 말라고 해도 좋은 사과가 열린다. 수세는 웃자라는 힘을 통해 가늠할 수 있는데 나는 7월 중순을 기점으로 자란 도장 지성 가지가 30cm 정도 자라다 멈추면 수세가 안정된 것으로 본다. 끝이 동그라니 말리면 웃자람이 멈춘 것이다. 이 시기를 기준으로 30cm를 넘겨 자랐거나 계속 자란다면 수세가 강한 것이고 그 이하라면 약한 것이다. 어떤 것은 1m까지 자란다. 한 밭인데도 수세가 안정된 나무가 있고 약하거나 강한 나무가 있다. 쭉 고르게 기르는 게 쉽지 않다. 나무의 개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내가 있는 장수는 추운 곳이라 웃자람이 70%만 멈추고 30%는 조금 더 자라는 게 이상적인데 여기처럼 기온이 낮은 곳이 아니라면 모두 멈추는 게 좋다고 본다.

수세를 관리하려면 웃자람 상태를 잘 살펴 시비를 계획해야 한다. 비료를 남용하는 농부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강한 나무는 적게, 약한 나무는 정량보다 더 줘서 수세를 안정시키는 게 재배기술이다.

관련 이미지 최봉기 마이스터의 사과농장

후발주자라면 신품종에 도전하라

나는 정년퇴직 후 사과 농사를 시작했다. 다녔던 직장은 퇴직 1년 전에 퇴직 후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줬다. 퇴직 후에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을 하면서 취미 생활을 근간으로 하여 열여섯 개 사업 분야를 검토 고민하였다. 사과 농부가 되지 않았다면 낚싯배를 샀거나 중국을 오가며 난을 거래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어쨌든 나는 사과 농부가 되었다.

사과 농사를 마음먹고 많은 준비를 했다.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모든 종류의 사과 자료를 모아 장단점을 분석하고 사과를 확보하여 맛에 대한 비교 분석까지 하였다. 신품종 소식이 들리면 반드시 찾아가서 확인했다. 홍로의 개량품종 자홍을 그런 노력 끝에 만나게 되었다.

귀농을 마음먹었다면 준비가 필요하다. 나는 시설, 장비, 인건비, 재료비 등의 예상비용과 수확량, 매출액 등을 따져 5년간의 손익까지 계산해 보면서 농사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철저한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도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비용은 예상치의 2배가 들어갔다. 귀농 전에 그려 본 세상과 현실은 다르다. 가끔 주변에서 보면 전원주택 지어 놓고 가볍게 300평 텃밭 농사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여름 한 철 보내면 풀과의 전쟁에서 다 나가떨어진다. 풀은 시작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관련 이미지 최봉기 마이스터가 직접 적과 작업한 사과들

아무튼 농부가 될 각오가 되어있고 사업 방향을 설정했다면 신품종에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다. 경쟁이 치열한 소비 시장질서 안에서 차별화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더욱이 소비자의 입맛 변화에 따라 사과도 유행을 타기 때문에 이미 시장을 지배하는 품종은 막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과나무는 한 번 심어놓으면 10년 정도 유지는 기본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목표와 전략이 필요하다. 내가 자홍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15년 전 장수의 사과 농가는 대부분 홍로를 키웠다. 홍로의 개량종인 자홍은 장수는 물론 전국에서도 최초의 도전이었던 같다. 선배 농부들은 왜 검증된 품종을 안 심느냐며 혀를 차곤 했다. 지금 장수사과 대부분은 신품종인 자홍을 재배하고 있다. 도전을 겁내면 안 된다. 물론 품종을 결정하기까지는 다시 말하지만 많은 공부와 준비가 필요하다.

관련 이미지 홍로의 개량종인 자홍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직장에 출근하듯 농사를 짓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비가 오고 눈이 와도 직장은 출근하듯이 농사도 365일 출근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나는 요즘도 거의 매일 농장으로 출근해 나무와 대화하면서 하루를 즐기며 보낸다. 전정 작업도 혼자 하고 있다. 2000그루쯤 되니 꼬박 90일 정도 걸려 작업을 하고 있다. 일흔이 넘은 나로서는 힘이 드는 작업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도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사람을 사서 전정하는 농가도 많이 있다. 그러면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그만큼 중요하고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으른 농부가 성공하는 걸 나는 본 적이 없다.

관련 이미지 사과나무로 매일 출근하는 최봉기 농업 마이스터

글(취재/편집) : 미디어공동체완두콩협동조합 안충환 작가

현장전문가 : 최봉기 (e-mail: jsbkc@naver.com)

최봉기 최봉기
전문분야소개
  • 사과
주요활동, 특기사항
  • 농업마이스터(2015년 농림축산식품부 사과분야)
  • 묘목식재, 재배, 수확의 전 공정에 대한 체계적이고 신개념의 영농기법을 적용하여 50%이상 고품질 다수확 생산
  • 현재 거주 지역 내 귀농 초보 사과농가 위주로 컨설팅 실시
사과

본 게시글은 현장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농촌진흥청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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