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전문가 칼럼

농업기술

나만의 스타일이 경쟁력 박상표

  • 작성일2022-11-11
  • 조회534
농업마이스터(2019년) 박상표(전남 광주시 태평농장)

박상표 버섯 농업마이스터 칼럼나만의 스타일이 경쟁력

어떻게 하면 버섯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는지 묻는 이들이 종종 있다. 농사란 게 쉽지 않다.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여건과 상황에 따라 다른 판단을 요하는 일이 허다하다 보니 농사에 대해 이래저래 말하는 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현장 교육 시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게 몇 가지 있다. 자기만의 스타일과 가성비, 그리고 차별화다.

※ 광주의 농부 박상표 농업마이스터는 마흔 무렵인 2010년 직장생활을 접고 귀농했다. 1200평 농장에 재배사와 배지생산시설, 배양실 등을 갖추고 표고와 목이, 영지, 느타리버섯 등을 재배하고 있다.
원형 배지 사진
매뉴얼 집착하면 실패 확률 높아져

지속 가능한 농부가 되려면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농사라는 게 정답이 없다. 버섯 농사도 마찬가지다. 버섯에 대한 기본적인 원리나 개념이 어느 정도 인지된 상황에서는 자기 스타일이 곧 경쟁력이다.

버섯 재배, 특히 톱밥 배지를 예로 들면 국내에서는 중국식과 대만식, 일본식 등 세 가지 방식이 통용되고 있다. 긴 봉 형태로 전체를 활용하는 것이 중국식, 원형에 상면만 재배하는 것이 대만식이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자신의 환경에 맞게 키우는 방법은 달리해야 한다. 매뉴얼에 집착하면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

나는 대만식과 중국식을 혼용한다. 배지의 형태는 대만식이고 키우는 방식은 중국식이지만, 배지 재료는 균사의 활력을 극대화하는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대만식은 생산 비용이 적게 드는 대신 상면만 활용하기에 수확량이 적다. 중국식은 그 반대다. 배지에도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나만의 노하우가 적용되어 있다. 대만식 배지의 배양은 보통 후기배양을 포함해 150일가량 소요된다. 나는 이걸 100일로 단축했고 후기배양도 필요 없다. 톱밥재배를 선택했다면 배지는 직접 만들어야 한다.

버섯 농사 성패의 70%는 좋은 배지(균 배양)가 좌우한다. 직접 만들다 보면 여러 가지 변수의 경험치가 쌓이고 대처가 가능해진다. 배지 시설을 갖추는 데 큰 비용을 들지 않고도 할 수 있고 만드는 게 어렵지도 않다. 친환경적으로 만들면 과수농가 등에서 재활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원형배지 버섯재배 사진박상표 마이스터는 대만식 원형 배지에 중국식 전면 재배법을 혼용하여 버섯을 재배한다.
대만식 원형 배지 & 중국식 전면 재배법
  • 성장장애 예방 회전팬 사진
  • 유기농 가축분퇴비 사진
  • 성장장애 예방 회전팬 사진
  • 유기농 가축분퇴비 사진

가성비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속된 말로 정말 번지르르하게 좋은 시설을 갖추는 게 경쟁력이 되고 농사짓는 게 편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회수해야 할 자금을 생각 안 할 수가 없다. 초창기에 너무 무리한 투자를 하게 되면 나중에 자금적으로 굉장한 압박을 받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그래서 자기가 처한 여건에서 가성비를 한 번 생각해보고 시설을 세팅해야 한다. 장비 하나를 사더라도 현실에 맞게 사야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고금리 시대에 ‘영끌족’이 처한 현실을 보면 나름의 경종이 될 것이다. 내 감당을 넘어선 투자는 도박에 가깝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배지 생산 설비 현장 사진배지 생산 설비

차별화는 거듭거듭 강조하는 요소다. 농사에 가장 중요한 것들을 열거한 뒤 그중 첫 번째를 꼽으라면 아마도 이걸 선택할 것이다. 남과 다른 기술적 차이는 강력한 경쟁력이다. 그게 생산일 수도 있고 유통일 수도 있다. 남들 1톤 수확할 때 3톤을 수확한다거나 남들 킬로당 만 원씩 받을 때 만오천 원에 판매하는 것도 경쟁력이다. 남과 다른 차이를 갖기 위해서는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에 집중해 그릇을 키워야 한다.

버섯을 싣고 이동하는 박상표 농업마이스터
생산보다 유통 계획이 먼저

나는 직장 생활하다 마흔에 귀농했다. 귀농은 인생 로드맵에 따른 선택이었다. 버섯을 선택한 건 시세가 좋았고 회전율이 빨랐으며 연중 재배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귀농준비도 나름 잘 했다고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만만하게 본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다. 식물은 전조 증상이 있는 데 반해 버섯은 균이다 보니 그런 게 없어 대비할 새도 없이 한 방에 훅 가곤 했다. 만약 지금의 내가 10년 전의 나에게 말을 전할 수 있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이건 예비 농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첫 번째는 멘토다. 정착하려는 지역과 작물을 정했다면 먼저 멘토를 찾아야 한다. 분명히 그 지역에서 인정받는 농부가 한 분 이상은 있을 것이다. 그럼 그 멘토의 농장에 가서 6개월에서 1년 정도 일하면서 배우길 권한다. 멘토가 시행착오를 거쳐 구축한 안정적인 시스템을 복제해 본인의 농장에 적용한다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현장 경험 없이 이것저것 보고 나서 그냥 이게 좋다거나 업자들이 좋다는 걸 따라가는 경우를 의외로 많이 본다. 귀농인을 유치하려는 시군구에는 멘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현장을 알고 농사에 뛰어드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결과에 있어 큰 차이가 난다.

버섯을 살펴보는 박상표 농업마이스터 사진

두 번째는 유통이다. 평소 생산보다 유통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유통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농사 잘 짓고도 제 가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맞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작물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유통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져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떻게 유통할 것인가. 공판장에 팔 거면 상품성을 극대화하고 대규모로 가야 한다. 대규모 생산 여력이 안 된다면 직거래를 해야 하는 데 그럴 때 내 제품의 콘셉트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것들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귀농하고자 하는 지역에 내가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환경, 정책이 어떻게 펼쳐져 있는가를 먼저 파악하고 SNS에 자신이 있다면 거기에 맞는 제품 콘셉트를 생각해야 한다.

나는 학교 급식을 목표로 거기에 맞게 제품을 세팅했다. 당연히 안전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었다. 버섯 모양이나 색깔은 크게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나는 해마다 스스로 방사능 안전검사를 하고 매일 농약이나 중금속 등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걸러내기 위해 샘플링 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하고 맛있는 버섯이 내가 정한 콘셉트였고 지금에서 와선 이것이 경쟁력이 되었다.

박상표 농업마이스터 태평농장 사진박상표 마이스터 버섯농장

첨단시설을 갖춘 농장도 아니고 버섯의 모양이나 색깔이 예쁘지도 않지만 내 버섯 값은 국내에서 상위 1~2% 안에 들고 있다. 제대로 된 멘토를 찾아 배우고 어떻게 팔지를 미리 생각한 뒤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아 차별화하는 것이 경쟁력 있는 농부가 되는 지름길이다.

현장전문가 대상자 박상표(bidrak@naver.com)
전문분야소개
  • 품목 : 버섯
  • 태평농장 대표
  • 주소 : 전남 광주광역시 광산구
글(취재/편집) : 완두콩 미디어공동체 완두콩협동조합 안충환 작가
박상표 박상표
전문분야소개
  • 버섯
주요활동, 특기사항
  • 농업마이스터(2019년 농림축산식품부 특용작물분야)
  • [(사)한국버섯생산자연합회] 기능성버섯협회장
  • 농식품기술 SNS 컨설팅지원사업 기술위원
  • [마이스터대학] 표고, 영지, 목이 재배기술, 표고배지재료조성 및 기형버섯 원인분석 강의
  • [전남농업기술원] 느타리재배기술 강의
  • [광주농업기술센터] 귀농귀촌교육, 도시농업관리사교육
  • [구례농업기술센터] 버섯영농교육, 귀농학교 버섯교육
  • [완도군] 표고버섯 재배기술
  • [광주,인천,경기도] 도시농업 버섯재배컨설팅 및 기술교육 다수
  • 한국형 표고배지 생산 및 배지배양기술
  • 표고원목과 톱밥재배 기술과 활용
  • 버섯배지 재료별 과학적 분석과 다수확 재배방법
  • 느타리, 영지, 목이버섯 배지조성과 생산기술
  • 커피박을 이용한 배재조성과 도시농업의 적용기술
버섯 경쟁력 스타일

본 게시글은 현장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농촌진흥청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전체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