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전문가 칼럼

농업기술

나무도 복지가 필요하다 김종옥

  • 작성일2021-12-27
  • 조회655


나무도 복지가 필요하다
농업마이스터(2019년) 김종옥(전남 구례군) 사진 김종옥 마이스터 : 구례의 농부 김종옥 씨는 1991년부터 단감농사를 시작했다. 현재 8,000평 땅에 감나무 1,500주를 키우고 있다. 수확한 단감 전량을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 땅에 투자하라, 생각한 것 이상으로

  • 품종이 다른 것 아니냐고 한다. 같은 품종인데 왜 당신 것은 그리 크고 맛있냐는 것이다. 감 농사 좀 짓는다는 분들도 같은 품종일 리 없다며 가지를 끊어가 접을 통해 확인해보겠다고 하는데 이해할 수 있는 반응들이다.

    일반농가가 최상급 감 100박스 낼 때 같은 조건에서 우리 농장은 그 감보다 훨씬 크고 좋은 제품을 3,000박스 이상 내고 있다. 말도 안 된다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차이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무복지에 엄청나게 투자하기 때문이다.

  • 대개의 농사가 그렇듯이 감 농사도 환경이 중요하다. 흙과 물과 공기는 과실수가 자라고 열매를 키우는 기반이다. 이 환경을 어떻게 조성해주느냐에 감 농사의 성패가 달렸다.

단감농장 전경 사진 단감농장 전경
  • 수도 작으로 먹고 살다 1991년 단감 농사로 전환했다. 당시 과일값이 다 비쌌다. 배나무 한 그루에서 논 세 마지기 몫이 나올 때였다. 친한 선배가 과수원 2,000평만 지어도 먹고사는 데 지장 없다며 펄밭에서 고생 말고 과수원을 하라고 권했다. 4,000평에 감나무를 심었다. 한동안 잘 썼지만 감 농사의 적지는 아니었다.

    그때만 해도 배고픈 시절이라 대개 비농지에 과수원을 조성했다. 논이나 평지에 나무를 심으면 주위 사람들에게 눈총 받던 때다. 산비탈과 논, 어느 곳이 과수원 적지인지는 자명한 일이다. 2005년 경지정리를 통해 논에 과수원을 새로 조성했다. 지금부터 하고자 하는 얘기는 이 농장을 통해 실험하고 증명한 감 농사 잘 짓는 법이다.

  • 대기는 79%의 질소와 21%의 산소로 이뤄졌다. 나는 지하부의 환경을 지상부와 같이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즉 뿌리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 주는 게 내 농사의 핵심비결이다.

  • 그러기 위해서 우선 나는 땅에 엄청나게 투자했다. 남들이 퇴비 20kg을 넣을 때 나는 2톤 이상을 쏟아 부었다. 말 그대로 들이부었다. 1,000평 기준으로 15톤 덤프트럭 40대를 넣었으니 실제로는 더 될 것이다. 땅을 아예 새로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땅이 얼마나 좋은지 한 삽 파면 과장 조금 보태 웬만한 낚시꾼이 한나절 쓸 분량의 지렁이가 나온다.

    그만큼 땅이 건강하다는 것이다. 단점도 있다. 이 지렁이를 잡아먹으려는 두더지도 덩달아 많아진다는 것인데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나무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지상부를 잘라주는 만큼 뿌리도 잘라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농부도 있다. 이 주장대로라면 오히려 두더지에게 도움을 받는 셈이다. 어쨌든 내 경험상으로도 농사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단감농장 수확전경 사진 단감농장 수확전경

■ 축산은 동물복지, 과수는 나무복지

  • 땅 밑에는 150mm의 유공 관을 묻었다. 저면관수로 이 관이 땅 밑 80cm 아래에서 감나무의 뿌리 밑을 지나며 배수와 관수, 심지어 산소 공급까지 해주고 있다. 관에 구멍이 뚫려있어 비가 오면 이 구멍으로 빗물이 빠져들어 배수로가 되고 반대로 물이 필요할 때 한쪽에서 물을 틀고 다른 한쪽 관을 막으면 관에 물이 차면서 자연스레 구멍을 통해 위로 솟아 뿌리 흙으로 물이 스며든다.

    땅이 충분히 젖었을 때 틀어막은 관을 터주면 다시 물이 구멍을 통해 빠지고 물이 내는 길을 따라 땅 밑에 공기층, 즉 토양 공극이 형성돼 뿌리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는 원리다. 흙의 근본이 좋은데다가 관수시설까지 잘 갖추었다면 지하부의 환경은 어느 정도 된 것이다. 다음은 지상부다.

망을 쳐놓은 단감농장 전경 사진 망을 쳐놓은 단감농장 전경
  • 내가 앞서 이야기한 상태로 환경을 조성해놓으면 과수가 너무 많이, 너무 크게 열려 가지가 지탱을 못 한다. 그래서 나는 가지를 철사로 배 엮듯이 다 엮었다. 그리고 과일이 크고 맛있으면 새들이 많이 침범한다. 과수원 전체 상공에 새가 침범 못 하도록 망을 쳐놓았다. 퇴비에 관수에 망까지 엄청나게 투자한 것이다.

  • 일반농가에서 과수 심는 분들이 처음 시작할 때는 묘목 하나 값도 비싸니 싸니 한다. 어디 가서 꼭 하는 얘기가 있다. 나무 한 주를 심는데 들어가는 비용에 곱하기 5를 하라고. 즉 묘목 한주가 1만 원이라면 4만 원을 바닥에 더 투자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몇 년 뒤에는 투자비를 충분히 뽑고도 더 뽑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덧붙이자면 나는 묘목을 사지 않고 땅에 씨를 뿌려 키운 뒤 접을 붙이고 있다. 2, 3년 정도 수확이 늦어지겠지만 그 차이는 얼마 안 가 순식간에 메워지고 역전된다. 땅이 좋아서 그렇다.

나무복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농업마이스터 사진 나무복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농업마이스터
  • 앞서 뿌리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 주는 것이 내 농사의 비결이라고 말했는데 이를 요즘 말로 하면 나무복지가 된다. 축산 쪽에 동물복지가 있다면 과수 쪽에는 나무복지가 있는 것이다. 좋은 땅에 밀식을 피하고 적당한 물을 주고 가지를 편안하게 해주고 새들로부터 안전한 농장.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나무복지 농장이다. 여러분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믿는다.

글(취재/편집) : 미디어공동체완두콩협동조합 안충환 작가

현장전문가 : 김종옥 (e-mail: ng3757@naver.com)

김종옥 김종옥
전문분야소개
  • 단감
주요활동, 특기사항
  • 농업마이스터(2019년 농림축산식품부 과수분야)
  • 전남마이스터대학. 단감재배기술 강의
  • 농업기술센터 전지 및 현장학습 강의
  • 땅을 살리는 연구(유공관매설) 및 감 인공수정(벌을 이용) 강의
단감

본 게시글은 현장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농촌진흥청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전체댓글2

  • 진밭뜰2022-03-11 04:41:01

    멋집니다.

  • 송호원2022-11-16 12:29:44

    멋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