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기본소득 첫 지급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장에선 기대감과 함께 혼란이 번지는 모습이다. 사용처와 한도가 엄격히 제한되면서 사용자 불편이 커진 탓이다. 보다 쉽고 편히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탄력적으로 개선·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어촌기본소득은 전국 10개 군을 대상으로 1인당 15만원·2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면(面)단위 소비를 촉진해 경제 순환을 일으키고 주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본소득 사용처와 한도는 거주지역에 따라 다르게 설정했다. 읍(邑) 주민은 자신이 살고 있는 읍과 그 밖의 모든 면에서 사용하되 주유소·편의점·하나로마트의 합산 한도를 5만원으로 정했다. 읍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인 면 주민은 면에선 자유롭게 쓰고 읍 내 가맹점과 주유소·편의점·하나로마트에선 모두 합쳐 5만원까지 사용 가능하다. 면 주민은 읍 중심 업종인 병원·약국·안경원·학원·영화관 5개 업종에 대해선 지역·금액 제한 없이 결제하고 주유소·편의점·하나로마트에선 최대 5만원까지 쓸 수 있다.
이에 한도가 지나치게 낮게 설계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유소·편의점·하나로마트는 주민이 많이 찾는 핵심 소매점인데 이들에 대한 합산 한도가 5만원에 불과해 유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기본소득 실험이 처음 시행됐던 경기 연천군 청산면에서도 당시 결제액 기준 사용처 1위 업종이 주유소였다.
아울러 하나로마트는 식품사막화가 확산하는 인구감소지역에서 신선식품을 비롯해 각종 생필품을 취급하며 농촌의 기초 편의시설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10개 군은 지침 확정 전부터 하나로마트를 기본소득 사용처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시범사업 지역 중 한곳인 A군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하나로마트 포함 금액 한도가 생기면서 주민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한도가 낮은 데다 복잡해 벌써부터 사용하기 어렵다는 민원이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읍·면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구분되면서 형평성 논란도 불거진다. 군 내 상권·인프라는 읍에 몰려 있는데 면 주민은 5대 업종을 제외하고 읍에서 기본소득을 쓸 수 없다. 면에 산다는 이유로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충북 옥천은 지역사랑상품권 전체 가맹점 1069곳 가운데 797곳(74.6%)이 옥천읍에 있다. 8개 면에 있는 가맹점 수는 272곳(25.4%)에 불과하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B군 관계자는 “면에는 기초생활시설이 매우 부족해 기본소득을 쓸 만한 곳이 없어 공모 직후부터 (사용처 확대) 건의를 지속해왔는데 반영되지 않은 듯하다”고 밝혔다. C군 관계자도 “면 주민 생활권이 읍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보니 면 내 새로운 가맹점이 생길 여지가 크지 않아 이대로라면 면 주민 불편이 클 것”이라고 했다.
복잡한 규정이 사용자 편의를 떨어뜨린다는 불만도 이어진다. 현행 한도는 3개 이상 업종을 묶어 설정했다. 주민은 해당 업종에서 기본소득을 쓰려면 잔액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한도 이상으로 결제가 되지 않아서다.
가령 하나로마트에서 월 최대 5만원 결제가 가능한데, 한번에 6만원어치를 구입할 경우 결제가 제한된다. 5만원은 기본소득으로 결제하고 나머지 1만원을 현금이나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해야 한다.
지유리 기자 yuriji@nongmin.com
<출처 : 농민신문 >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