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대에서 온 작은 거인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왔지만 점차 잊혀져왔던 곡물들이 최근 슈퍼푸드로
재인식되면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밀렛류는 화본과에 속하는 곡물 중 알갱이가
작은 종류를 통틀어 말한다. 세계 생산량 기준으로는 진주조, 조, 기장, 손가락조가
메이저에 속하며, 생산량이 많지는 않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중요한 식량이 되는 피,
코도, 포니오, 기니, 테프 등도 해당된다. 신석기시대부터 유라시아 대륙, 중국 북부
지역 등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밀렛은 다른 작물이 재배되기 힘든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반건조지대에서 중요한 식량이 되어 왔다. 우리나라에는 신석기시대에 유입되어 삼국
시대부터 재배에 관한 기록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고, 오곡밥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문화의 재료로 이용되어 온 중요한 곡물의 하나였다.
2. 생명을 주는 곡물
세계 밀렛류 생산과 소비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집중되어 있다. 전 세계 3,175만
ha에서 2,986만 톤(‘13)이 개도국을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소비량이 많은 상위
10개국에 아프리카 국가들이 집중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건강 관련 이슈가
등장하면서 혼반용으로 소비가 늘고 있으며, 향후에도 시장에서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밀렛류의 가치는 작지만 균형 잡힌 영양을 꼽을 수 있으며,
특히 옥수수를 주식으로 할 때 생기는 펠라그라와 밀을 주식으로 할 때 생기는
셀리악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보다 큰 가치는 기아와 영양결핍의 문제를
가진 개발도상국에서는 생명을 살리는 곡물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벼나 밀에
비해 고온에서도 성장이 좋을 뿐만 아니라 물의 요구량도 적기 때문에 열대․아열대 지역에 최적인 작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척박한 토양에도 잘 자라고 생육기간이
짧다는 것도 중요한 장점이다. 그 외에도 녹비작물과 다양한 사료로 활용이 가능하고, 이삭이 아름답고 독특한 느낌을 주어 꽃꽂이 소재나 경관조성용으로도 좋은
장점이 있다.
3. 시사점 향후 장기적인 농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하는 경우에는 조, 기장과 같은 소면적
작물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속적으로
준비해야 할 통일 한국에서의 북한 식량난 해결과 국격을 높이는 개도국 원조를 위한 중요 아이템으로서 조, 기장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목차
<요 약>
Ⅰ. 고대에서 온 작은 거인 ························· 1
Ⅱ. 생명을 주는 곡물 ·································· 7 Ⅲ. 시사점 ···················································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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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졌던 조, 기장 등 작은 잡곡의 귀환누구에겐 잡곡, 누구에겐 생명2014. 6. 4.
세계 밀렛류 생산과 소비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집중되어 있다. 전 세계 3,175만 ha에서 2,986만 톤(‘13)이 개도국을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소비량이 많은 상위 10개국에 아프리카 국가들이 집중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건강 관련 이슈가 등장하면서 혼반용으로 소비가 늘고 있으며, 향후에도 시장에서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 126호
슈퍼푸드로 재조명 받는 고대작물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왔지만 점차 식생활에서 보기 힘들어지던 곡물들이 최근 슈퍼푸드로 재인식되면서 찾는 사람이 증가
곡식 재배 민족들이 주로 재배한 곡식을 크게 밀렛, 쌀, 밀류로 구분하고 있으나, 그동안 밀렛은 주류에서 밀려난 상황
생활 습관병에서 탈출하기 위해 고른 영양을 갖춘 고대작물들이 새로운 슈퍼푸드로 인식되면서 수요가 느는 추세
20세기 후반 이래 동물성 식품, 인스턴트식품, 정제식품 등이 비만, 당뇨, 아토피 등 새로운 생활습관병의 주범으로 취급
‘슈퍼푸드’는 활성산소들을 제거하고 체내에서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웰빙식품으로, 지정하는 기관마다 종류가 조금씩 다름
고대작물은 현재 주곡류보다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이 풍부한 슈퍼곡물로 재조명되면서 점차 다양한 종류들이 소개
그중 하나인 밀렛은 벼의 사촌으로 곡물 알갱이가 작은 종류를 통틀어 말하며, 조, 기장, 피, 진주조, 손가락조 등이 해당
밀, 벼 등을 재배하기 힘든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반건조 지대에서 주로 재배하고 있는 그 지역의 중요한 식량
진주조
조
기장
손가락조
피
밀렛류의 메이저 리그와 마이너 리그
우리에게 친숙한 밀렛은 조와 기장이지만, 세계 생산량 기준으로는 진주조, 조, 기장, 손가락조가 메이저 밀렛에 해당
진주조(Pearl millet)는 세계 밀렛 생산량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재배되며, 아프리카와 인도에서 식용과 사료용으로 이용
조(Foxtail millet)는 강아지풀과 비슷하게 생긴 작물로, 중국, 인도, 한국, 일본 및 유럽의 온대지역에서 널리 재배
조는 찰기가 많은 차조와 찰기가 적은 메조로 나누며, 지역에 따라 foxtail millet, Italian millet, Hungarian millet, German millet 등으로 불림
기장(Common millet)은 중세 유럽의 주식으로 이용되었으며, 아시아, 미국 그리고 유럽 등 폭넓은 지역에서 재배
찰기장은 서(黍), 메기장은 직(稷)이라하며, 우리나라는 찰기장만을 생산
손가락조(Finger millet)는 이삭의 모양이 손가락과 비슷한 모양으로, 아프리카에서는 진주조 다음으로 중요한 작물
진주조
조
기장
손가락조
생산량이 많지는 않지만 나라에 따라 중요한 식량이 되는 피, 코도, 포니오, 기니, 테프 등도 밀렛의 종류
피(Barnyard millet)는 우리나라 원산으로 고조선시대 오곡의 하나였으나, 1950년 이후 소비가 거의 없는 구황작물의 하나
코도밀렛(Kodo millet)은 3,000년 전부터 인도에서 재배되었던 작물로 온대와 아열대, 열대 습지에서 널리 발견
포니오(Fonio)는 아프리카에서 7,000년 전부터 재배되어온 고대 곡물로, 서부 아프리카 건조지대에서 식량 안정에 중요한 역할
연 강우량 200~500㎜의 건조지대에서도 재배 가능하고 척박한 땅에 잘 견딜 뿐만 아니라, 습한 지역에서도 적응성이 높음
기니 밀렛(Guinea millet)은 서아프리카가 원산지이고 기니, 시에라리온 등에서 주로 재배
테프(Teff)는 에티오피아 곡물생산량의 1/4을 차지하며 낱알이 가장 작지만 영양이 풍부하며, 에티오피아 빵인 인제라의 재료
알갱이 크기는 진주조(3~4㎜) > 기장 > 조, 손가락조, 피 > 테프 순이며, 테프의 알갱이 크기는 밀알의 1/150 정도로 작음
식용피
코도밀렛
포니오
기니 밀렛
테프
밀렛류의 기원과 이동
밀렛은 가장 오래된 작물 중 하나로 신석기시대부터 유라시아 대륙, 중국 북부지역과 한반도에서 재배
(기장) 원산지는 석기시대 유라시아 대륙 전역과 만주지역으로 추정되며, 이후 유럽과 아메리카로 전파
기원전 8,300~6,700년경 중국의 초기 신석기 츠산문화 유적지에서 기장의 껍질 및 기장 재배와 관련된 석기가 발견(‘09, Lu, H 등)
고대농업은 물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기장 ‘서(黍)’ 자의 아래에 있는 수(氺)자는 물 수(水)자의 옛 모습으로 기장이 고대작물임을 짐작
(조) 원산지는 신석기시대 중앙아시아 및 중동지역이며, 청동기 시대에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으로 전파
코카서스 지방의 8천 년 전 유적에서 조 유물이 출토되었고, 7천여 년 전 중국 황화문명 무렵의 중요 곡물이었다고 전해짐
동양권은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거쳐 4~5세기경 일본으로 전파
기원전 3,600년경의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청동기문명 유적지에서 조의 씨앗이 발견(UNESCO EOLSS)
밀렛류의 원산지
한반도의 조, 기장 재배는 신석기시대로 거슬러가며 요녕지역에서 흘러들어와 근세까지 중요한 위치를 점했던 곡물
조와 기장의 씨앗이 부산 동삼동 패총 1호에서 발견되었으며, 이는 신석기 시대인 기원전 3,360년경의 것으로 보고
재배에 대한 기록은 ‘삼국사기’의 신라본기와 백제본기에 여러 번 나오며, 왕의 상(償)이나 국가의 세금 대용으로도 이용
고려시대 역사를 서술한 ‘해동역사’에는 차조가 오곡 중 가장 많다고 했으며 조선시대에는 조, 기장 농사법을 다룬 고문헌이 다수 존재
우리 음식문화 속의 작은 잡곡들
조, 기장 등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오곡(五穀)에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작물
오곡의 개념은 삼국시대부터 존재하였으며, 시대에 따라 조금씩 바뀌기는 하였으나 조, 기장이 빠지는 경우는 없었음
조선의 ‘세종실록지리지’에는 벼, 보리, 콩, 피, 기장이라 했으며, 현재는 찹쌀, 차수수, 검은콩, 차조, 팥인 경우가 많음
특히 기장은 중국에서도 오곡의 하나로 인정받아 ‘육부경종법’에서 ‘오곡의 신을 기장신(稷神)이라 한다’고 기록될 정도
오곡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조, 기장을 이용하는 식문화가 발달
(제주도) 전통적으로 ‘흐린차조(청차조)’를 이용한 오메기떡과 오메기주, 좁쌀약주, 고소리술이 발달
오메기떡은 오메기술의 원료가 되는 떡으로, 차조를 익반죽하여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 고물 등에 묻혀먹었음
오메기떡을 으깨어 발효시키면 술이 되는데, 여기서 얻은 청주는 좁쌀약주, 나머지는 막걸리 비슷한 오메기술이 됨
오메기주를 ‘고소리’라는 증류장치를 증류한 술이 고소리술로 원료에서 오는 독특한 맛과 향이 있으며, ‘모향주’, ‘사모주’라고도 불림
조와 기장 등의 잡곡과 생활민속
사직대제(중요무형문화재 111호): 토지를 관장하는 사신(社神)과 곡식을 주관하는 직신(稷神)에게 나라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 현재는 개천절에 행해짐
떡: 10월 안택과 아이 백일 등에 잡곡으로 떡을 하여 나눠 먹으며, 황해도의 차조로 만든 노치, 강원도의 메조 식혜, 전남의 메조로 만든 찰엿 등도 독특
조바심: 조를 타작한다는 뜻으로, 타작이 생각만큼 쉽지 않으므로 조급해지고 초조해지기 쉬워 이를 빗대어 ‘조바심’ 이라 함
(경상도) 청운의 꿈을 품고 한양으로 가던 선비들이 주막에서 간단히 허기를 채울 때 먹었던 것은 바로 ‘묵조밥’
경북 문경 외의 지역에선 맛보기 힘든 음식으로, 도토리묵을 채 썰어 갖은 채소를 얹은 뒤 조밥에 비벼 먹는 음식
입안에서 씹힐 때 묵과 채소, 그리고 차진 조밥의 조화가 일품인 전통 음식
(평안도) 좁쌀로 만든 ‘꼬장떡’과 찰수수와 메조가 만나서 향기로운 배꽃향이 나는 ‘문배주’도 함께 즐김
꼬장떡은 차조가루를 반죽하여 가랑잎에 싸서 쪄내는 떡으로, 둥글게 빚어 끓는 물에 삶아낸 후 콩고물이나 팥고물을 묻힘
문배주는 우리나라 토종 돌배인 문배꽃 향기가 난다 하여 이름 지어진 술로 기능보유자(이기춘)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온 가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