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잡초 - 위협과 기회의 양면성 -
요약
잡초는 지구상의 식물 25만여 종 중 인간이 원하는 목적 이외의 식물을 통틀어 이른다. 2~3천종의 식물이 잡초로 간주되며, 이 중 농업에 큰 피해를 주는 것은 약 200여종이다.
농경지에 발생하는 잡초는 작물의 생산량과 품질을 떨어뜨리며, 병해충의 월동, 서식처로서의 구실도 하고, 농작업을 방해하기도 한다. 일상생활에 있어서, 잡초는 알레르기를 유발하여 우리나라에서만 진단 비용만으로 최소 15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고속도로 주변의 잡초 제거 비용으로 연간 360억 원이 들어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가시박, 미국자리공 등의 외래 잡초가 유입되어 국내 생태계에 교란이 발생하는 실정이다.
잡초와 인류의 갈등은 농경과 함께 시작되었으며, 농경이 발달하면서 잡초 제거를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연구되고 농사에 적용되었다. 잡초 방제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은 유기합성 제초제의 출현이다. 2, 4-D는 세계 최초로 널리 사용된 합성 제초제로, 만들기 쉽고 저렴하여 현재도 쓰이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잡초를 한 번에 방제가능한 제초제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저항성을 가진 잡초들이 나타나고 있어 생태계의 균형을 고려한 종합적 방제의 개념이 도입되는 추세이다.
지금까지 잡초는 쓸모 없을 뿐 아니라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식물로만 인식되었다. 그러나 최근 잡초의 다양한 활용도가 밝혀지면서 우리 생활에 이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한의학, 민간요법에서 사용되던 잡초의 기능성이 알려지면서 약재, 의약소재, 건강식품과 별미음식으로 재탄생하고 있고, 환경 정화, 향기를 즐기는 관상·방향 식물, 천연염색, 경관 조성, 압화공예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잡초로 잡초를 잡기 위한 생물적 방제의 소재로 사용하기도 하고, 차세대 바이오에너지의 원료, 토양보존, 사막화 방지를 위한 자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향후 잡초의 해악을 최소화하고, 이점을 강화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1) 잡초를 경제활동에 방해가 되는 식물로만 보지 말고,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들처럼 미개발된 식물자원으로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2) 잡초의 위해성과 기능성을 모두 고려하는 전방위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우리 땅에서 수천 년간 자생식물로 활용했던 전통지식을 발굴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3) 지역마다 잡초의 분포와 부르는 이름이 다른 점을 활용하여, 스토리텔링과 연계한 문화산업 소재로의 개발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요 약>
1. 잡초라 불리는 식물.......................................1
2. 잡초와의 투쟁사...........................................4
3. 잡초의 재발견.............................................10
4. 시사점.......................................................18
잡초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25만여 종의 식물 중 인간이 이용하고자 하는 목적 이외의 식물을 통틀어 이른다. 2~3천종의 식물이 잡초로 간주되며, 이 중 농업에 큰 피해를 주는 것은 약 200여종이다. 농경지에 발생하는 잡초는 작물의 생산량과 품질을 떨어뜨리며, 병해충의 월동, 서식처로서의 구실도 하고, 농작업을 방해하기도 한다.
‘농사는 잡초와의 전쟁이다’라는 말처럼 인간이 농경생활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문제화
사람의 편의에 의하여 붙여진 이름, ‘잡초’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가치를 찾지 못했거나 원하지 않는 식물을 산야초, 잡초 등으로 부르던 것을 ‘잡초’의 개념으로 묶어 5가지로 분류
① 제자리에 발생하지 않은 식물
② 인간이 원하지 않거나 바라지 않는 식물
③ 인간과 경쟁하거나 인간의 활동을 방해하는 식물
④ 작물로서의 가치가 평가되지 않는 식물
⑤ 경작지나 생활지 주변에 자생하는 초본성(草本性) 식물
식물분류 상의 구성원 크기: 산야초 ▷ 잡초 ▷ 야생화 ▷ 약초
깊은 서러움이 담긴 ‘잡초’라는 말
시, 소설, 영화, 대중가요 등에서 잡초는 ‘의미가 없는, 버려진, 잊혀진 인생, 생명력만 질긴’ 등의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진행되었지만 잡초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은 아직도 그대로 남아서, ‘제일 불필요하고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
지구 온난화가 진전되어 우리나라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뀐다면 미국외풀, 마디꽃, 피 등 잡초의 급격한 확산 가능성이 매우 높음
논 | 밭 | 과 원 | 목초지 | 계(중복 제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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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과 76종 | 33과 112종 | 51과 232종 | 59과 328종 | 68과 433종 |
논에 피가 많이 발생하면 완전미(完全米)는 줄어들고 미숙립(未熟粒)이 늘어나면서 균열미 비율도 증가
나도겨풀, 강아지풀에는 벼 흰잎마름병이, 별꽃에는 바이러스를 옮기는 가루이류가, 바랭이에는 애멸구, 끝동매미충이 살면서 작물로 침입
잡초에 의한 생산량 감소의 실제
농경지에 발생한 잡초를 그대로 두고 재배할 경우, 수량 감소는 벼 30.5%, 콩, 50.2%, 옥수수 32.0%, 감자 30.0%, 양파 40.6% 정도에 이름
’11년 기준으로 잡초에 의해 벼 30%가 피해 받을 경우, 수량 127만톤이 감소되어 2조 5,0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157천 원/80kg 기준)
고속도로 주변의 연6회 잡초 제거 비용은 360억 원(’10, 한국도로공사)
저주받은 분노의 이름, ‘망초’의 슬픈 사연
경술국치(1910) 전후, 전에 볼 수 없었던 이상한 풀이 전국에 널리 퍼지자, ‘나라가 망할 때 돋아난 풀’이라하여 ‘망국초(亡國草)’, 또는 ‘망초’라고 부름
개망초는 망초보다 꽃이 크고 분홍색이 돌며 예쁘지만 ‘개’자를 붙여 망국의 분노를 표출
일제 강점기에 들어온 목초지의 말썽꾼, 돌소리쟁이는 토종 곤충인 ‘좀남색 잎벌레’와 ‘분홍무늬들명나방’을 풀어 방제
사료용으로 들여왔던 뚱딴지(돼지감자)는 용도가 사라지면서 한때 잡초로 취급되었으나, 최근 들어 바이오에너지 소재로 다시 주목
외래잡초의 황소개구리, 가시박
북미 원산의 덩굴성 외래잡초로 ’80년대 이전에 유입 되었다가 최근 급속히 전국으로 확산
주로 습지, 강과 인접한 지역에 서식하며, 왕성한 번식력 때문에 ‘생태계교란식물’로 지정(’09, 환경부)
식물체의 가시 때문에 인력으로 처리가 곤란하여 약제방제법이 개발되었으나(’06, 농진청), 농약이 물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방제하기 어려운 문제잡초
서양에서는 1731년 Jethro Tull이 ‘말로 끄는 쟁기’를 사용하여 이랑을 만들어 작물을 재배하는 조파법(條播法)을 제안
논과 밭을 돌려가며 재배하는 ‘답전윤환(畓田輪換)’은 잡초 방제에도 효과적
Pokorny가 합성한 2,4-D는 선택적 제초능력이 확인되어 영국에서 밀과 옥수수를 대상으로 상품화(1946)
유기합성 제초제의 효시(嚆矢), 2,4-D
세계 최초로 개발된 유기합성 제초제로서, 만들기 쉽고 저렴하여 현재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초제 중 하나
식물 생장 호르몬인 옥신(Auxin)의 일종으로, 쌍떡잎식물의 줄기에 비정상적인 생육을 유발시켜 말라 죽도록 유도
외떡잎식물인 벼나 잔디에는 피해가 없어 논과 잔디밭의 잎이 넓은 잡초 제거에 사용
전 세계적으로 약 230여종의 제초제 저항성 잡초가 확인되었으며, 우리나라에도 설포닐우레아 저항성 잡초는 11종이 보고
국내의 대표적인 저항성 잡초는 물달개비, 알방동사니, 올챙이고랭이 등
저항성 억제를 위해서 작용 방식이 제초제들을 혼합·제조
제초제는 독약인가?
제초제는 과학으로 만들어낸 산물로 사람, 동물과 환경에 대한 안전성이 ppt 수준(10-12, 1조분의 1)까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약제
작물의 파종이나 생육 초기에 살포되며, 논에 제초제 살포 후 100일 정도 경과되면 자연 분해되어 수확물(쌀)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아 안전
농경지의 표토(표면에서 1~2m까지의 깊이에 있는 토양)는 농사가 가능한 토층(土層)으로 암석이 수만~수백만 년간 풍화되어야 생성
우리나라의 땅(표토)이 없어지고 있다?
농경지에서의 토양침식 속도는 토양생성 속도의 약 20~100배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9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매년 약 240억 톤이 유실
농목지 및 화전 개간에 따른 삼림의 파괴, 계속적인 단일작물 경작, 기계화된 대규모 기업농 증가 등이 원인으로 지목
표토 감소는 900만 톤의 식량이 감소되는 것과 같은 효과
최근에는 표토를 보호하고자 등고선 농경법, 휴경기에 볏짚, 거적, 나뭇잎 등으로 농경지 덮어주기, 녹비작물이나 목초 재배, 부분경운 기술 등이 권장
삼림의 파괴, 병해충 발생으로 인해 밀원(蜜源, 꿀의 원천)식물이 적어져 애기똥풀, 망초, 꿀풀, 토끼풀, 메꽃, 고마리 등의 잡초가 밀원으로 이용
친환경 과수원의 새 일꾼, 들묵새
토양 유실방지, 잡초 발생 억제에 효과가 탁월하며 노동력도 절감해주는 자생식물 유래 피복작물
농과수와 양분 경합이 적어 초기 생육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매년 파종할 필요가 없는 장점도 존재
여름철 자연스럽게 말라죽는 특성으로 인해 따로 풀을 베는 작업도 필요없는 기특한 작물
부들의 수율은 대표적 바이오에너지 식물인 옥수수(30%), 사탕수수(10.8%)보다 높은 40~45% 정도
리터당 추출비용: 부들 뿌리 0.26달러, 줄기 0.43달러, 옥수수 0.42달러
황사발생일수: (’80) 3.9일 → (’90) 7.7 → (’00) 12.4 → (’10) 12.3
현대자동차와 사단법인 에코피스아시아가 ’08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여의도 면적의 17배 규모인 50km2에 나문재를 심는 것이 목표
왕포아풀과 오리새, 우산잔디, 고마리, 백리향, 좀씀바귀 등이 주로 활용
안동댐 수질을 지키는 미나리와 부레옥잠
안동댐에서는 미나리와 부레옥잠을 혼합 재배하여 수질을 정화하는데 이용
세계 10대 문제 잡초 중 하나인 부레옥잠은 질소, 인산 등을 빨아들여, 1ha에서 물 50톤을 정화
폐수 정화에 이용된 부레옥잠을 퇴비로 만들면 토양에 유기물을 공급하는 효과도 제공
민들레는 호흡기질환, 종기, 변비, 닭의장풀은 해열, 이뇨, 소염, 혈압 및 혈당 강하, 토끼풀은 폐결핵, 천식, 감기, 황달 등의 예방, 치료기능이 보고
‘사흘에 피죽 한 그릇도 못 먹었나?’의 주인공
충북 괴산의 지역특성화 사업으로 이용되는 피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여 영양면에서 쌀, 보리에 뒤지지 않으며, 섬유질이 백미에 비해 2∼4배가 많아 배고픔을 잊게 함
제주도의 쓸모없던 잡초가 백약으로 태어난다!
제주도에서는 자생하는 잡초 자원을 활용하여 한방 바이오 사업을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집중 투자
제주에 자생하는 백수오, 섬오가피, 석창포, 백도라지, 황울금, 진피 등을 활용한 기능성 화장품, 식품 개발을 위해 대학, 벤처기업들과 협력을 추진
제주 MBC에서는 제주 잡초의 산업화 가능성과 미래 가치를 조명하기 위하여 관련 다큐멘터리도 제작
병풀은 동인도제도, 아메리카 등에서 약 3,000년 전부터 각종 상처나 종기, 흉터 치유 등에 사용되었으며 국내에서도 화장품 소재로 개발
공기정화식물로 각광받는 ‘보스턴 고사리’
포름 알데히드의 정화와 증산작용 능력이 가장 뛰어난 식물로서, 담배연기 제거 능력도 탁월한 것으로 보고
공중걸이 화분에 기르는 방식으로 많이 이용되며, 다른 고사리류에 비해서 기르기가 쉬운 것이 특징
봉선화, 사상자, 투구꽃, 천남성 등은 해충의 접근을 억제하며, 쑥부쟁이, 할미꽃, 애기수영, 소리쟁이 등은 다른 잡초의 발생을 저해
가정에서는 모기 등의 해충을 막는 식물로 구문초, 라벤더, 항균을 위한 소리쟁이 등의 이용 가능성이 연구 중
잡초가 당당한 공원, 한국의 자생화 식물원
우리의 자생식물과 자생화를 소재로 아름답게 조성한 자생화 공원들
야생 식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아름다움을 나누고자 국가 혹은 개인에 의해 설립된 자생화 공원이 나들이 장소로 인기
영양의 일월산자생화공원, 포천의 평강식물원, 청양의 고운식물원, 평창의 한국자생식물원 등이 유명하며, 경기도 화성시에는 수도권 최초로 ‘우리꽃 식물원’이 개장(’10)
약 25만 종으로 추정되는 식물 중 기능이 완전히 밝혀진 것은 6%, 부분적인 효능성분이 밝혀진 것도 15%에 불과
잡초의 특성상, 지역에 특화된 상품으로 개발이 가능하며 식품 뿐 아니라 독특한 체험소재, 경관자원으로서의 가치도 높음
야생화의 상품화, 문화축제, 도심공원 경관조성 등 다양한 부가가치가 기대
이름모를 잡초가 구례에서 야생화로 거듭 태어나다
전남 구례군을 야생화 특구로 변모시켜 15농가에서 연 40억원 이상의 매출을 창출한 농업인, 대한종묘의 장형태 대표
20여 년전 구례에 정착한 장형태 대표는 10여 년간 지리산 자생화 700여 종을 수집․연구하고 인근 농가와 기술을 공유
우리 자생식물에 대한 전문지식을 인정받아 농업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대한민국 명장과 기능한국인으로 선정
고달픈 며느리의 삶이 투영된 잡초들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밥풀, 며느리배꼽 등 이름에 ‘며느리’가 붙은 잡초는 모두 가시를 가진 것이 특징. 반대로 ‘시어머니’라는 이름이 붙은 잡초는 없음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은 줄기에 가시가 있으며, 며느리밥풀은 잎사귀가 가시처럼 뾰족하게 나 있어, 시어머니들의 불편한 마음이 엿보이는 이름